한국형 공동체 마을놀이터 당당

독서 모임으로 시작해 이상적 공동체로
3명이 구심점 되어 초기 철학과 토론으로 아이덴티티(정체성) 구축

정일관 승인 2023.11.18 18:43 의견 0

천안에서 독서 모임으로 시작해 한국형 공동체의 이상향을 보여주는 '마을놀이터 당당'은 공유공간을 통한 독서 모임과 각종 취미활동을 넘어 함께 작은 비용을 부담하며 일부 식사를 하는 형태로 진화하면서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와 사회적 고립을 부추기는 다양한 사회 문제 등 국민과 사회의 경제적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공동체의 구성과 지향점에 대해 깊은 성찰을 통해 지원시스템을 만드는 데 적극 활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을놀이터 당당 / 허인희, 전미숙님


마을놀이터 당당은 지향점이 비슷한 3명의 여성이 모여 각기 다른 속도와 마음으로 시작한 공동체다.

이는 다양한 단체에서 구심점이 한 명일 때 나타날 수 있는 독단 독선과 무게감, 두 명일 때 나타날 수 있는 의견대립으로 인한 분열, 네 명 이상의 집단체계에서 나타 날 수 있는 흔들리는 방향성등의 단점을 극복한 안정적 구조라고 여겨진다.

여기에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는 데 있어 빠른 사람은 빨리 가고 느린 사람은 느리게 가는 형태로 서로의 속도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식의 배려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배려와 동행의 개념과는 사뭇 달라 언뜻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일차 목적지에서 빠르게 간 사람이 먼저 도착해서 기다려 주고 이후에 오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가는 형태로 진행을 하면서 공동체가 하향 평준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느리고 못 하는 학생과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속도를 늦춰주는 행위가 착하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먼저 가서 기다려 주고 설명해 주고 대화를 통해 깊이를 더하면서 전체를 발전시키는 것이 조금 더 나은 방식일 것이다.

서로에 대한 마음과 믿음을 기반으로 한 예의의 방식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다는 것과 이것이 곧 마을놀이터 당당과 같은 공동체를 만들수 있는 아이덴티티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감정 기반의 일반적인 도덕성조차 의심하고 이성과 효율성을 넘어 개인의 마음을 배려하고 중시하는 자세가 이러한 정체성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시각'이라는 것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시각으로 넓게 보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에 따른 디테일에 대한 시각적 차이도 있다.

넓은 지식을 향유하며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깊은 생각을 통해 더 깊은 곳의 마음과 가치관 형성에 기여하고 세상과의 다양한 연계를 위해 마음력을 기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지식은 넘치고 미디어는 하루하루 자극적인 기사를 통해 인류를 끊임없이 가스라이팅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대로 살기 위해선 넓고 다양한 지식이 아닌 마음과 가치관의 힘을 키워야 하는 시대이다.

초기 독서 모임에서 철학관련 책들과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깊이 있는 정체성의 뼈대 위에 수많은 토론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한 마을놀이터 당당은 이제 우리가 추구해야할 한국형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마을놀이터 당당은 그들만의 느슨한 연대와 정체성을 기록해 새로이 시작할 많은 공동체에 시작과 과정에 대한 기록을 제공해야 하는 숙명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소비해 인간다움을 얻는 '독서'와 뒤를 이은 '뉴런 더듬이질'과 '마음 다듬어 주기'를 하는 독서 토론 활동이 낳은 마을놀이터 당당의 공동체 의식과 모델이 인류 생존과 진화에 있어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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