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세뇌되어 꿈을 꾸는 삶 (사설)

인간을 위한 삶을 사는 이들을 지켜주는 공동체를 위하여
'미래세대' 존재의 이유

정일관 승인 2023.07.17 13:58 의견 0

내가 죽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정확히는 죽는 꿈이라기보다는 내가 영혼이 되어 미지의 곳으로 가는 꿈을 꾼 것이 맞는 것 같다.

영화처럼 아름다운 도시의 전경을 보여주고 가장 아름다운 곳에 요양센터 건물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한 건물의 식당에서 나이가 잔뜩 들어 감자를 깎고 있는 내 모습으로 시작한다.

앉아서 하얀색 위생복을 입고 감자를 열심히 깎고 있는데 자꾸 양복 입은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보러 오는데 다 어렸을 적 내가 이뻐했던 조카나 누군가를 닮은 아이들이라 귀찮은데 대답을 안 해 줄 수는 없어 대답을 하다가 감자를 몇 개 못 깎아서 식당 아줌마가 내게 핀잔을 준다.

아... 잘 깎고 있었는데... 그러게 힘들다고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부터 시작해서 조금 있으면 감자 넣어야 하는데 언제 다 하냐 등등... 핀잔과 잔소리를 목탁소리에 염불처럼 들으며 열심히 감자를 깠다.

그리고 일어서는데 너무 무리를 했나 약간 어지럽더니 다리에 힘이 풀리고 휘청대서 오늘은 안되겠다고 좀 쉬어야겠다고 하고 옆에 마련되어 있는 휴게실 한편에서 잠을 자다가 11시 2~30분경 죽는 꿈이었다.

아이고 힘들었다 하며 마지막 숨을 내쉬고 영혼이 되어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바라본 곳은 마치 우주의 어느 곳인 것처럼 다양한 색을 빨아들이는 너무나도 큰 블랙홀과 같은 회오리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참 다양한 영혼들이 많고 이것이 다시 우주를 구성하는 에너지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경이로워 하는 꿈이었다.

내가 죽는 꿈이라 그런지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고 뒷부분의 블랙홀과 같은 장면을 생각하면 얼마나 경이로웠는지 마치 세상의 비밀을 깨달은 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도 있다.

그리고 난 그렇게 슬프고 경이로운 내 꿈에 세뇌를 당해 꿈에서 봤던 그런 곳을 만들고 그런 죽음을 맞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아마도 그 꿈은 아들들이 태어나면서 한 약속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내 아이들을 지켜주면 인간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한 그 약속은 내 아들들이 건강히 살아있는 한 유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다른 사람에 비해 신체적으로도 능력적으로도 심지어 평균치에 까딱까딱한 아이큐와 감정적인 데다 말도 앞서고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데 도가 튼 내가 이런 계약을 하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나와 계약한 분께 참 죄송스러운 상황이다.

여하튼 그 계약은 언젠가 종교와 이념에 상관없이 인간들을 위한 삶을 살았던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세상에 이로운 행동을 한 사람들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거기에 그들의 자녀들과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까이 사는 그런 곳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곳이 만들어지면 인간을 위해서 살았던 그 숭고한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감자를 깎으면서 살아야겠다고 그리고 그렇게 살다 나와 계약했던 그분을 만나러 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그런 꿈을 꾸게 한 것으로 보인다.

난 내가 알고 있는 누구보다도 감정적이고 격한 사람이다. 가끔은 내가 감정 때문에 살인자가 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감정이 풍부하고 격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런 감정 중에서 가장 크게 작용을 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처음엔 아들들을 위해서 나중에는 지구의 미래세대들을 위해서 그 사랑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다 보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만이 최선이라는 것을 깨달은 상황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고 '미래세대'는 이러한 고민의 과정을 통해 미래세대에게 내가 고민한 지혜를 남겨주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 감자를 깎다 가 맞춤법에 맞지만 단호히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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