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이용 만화 저작권 등록 취소(논설)

AI기술과 저작권의 불투명한 미래

정도형 승인 2022.12.27 23:42 의견 0
AI로 생성된 그림이 사용된 만화 '새벽의 자리야'.
(https://aicomicbooks.com/book/zarya-of-the-dawn-download-now/)

지난 21일 미 저작권청(USCO)이 AI 이미지 생성 툴을 활용해 만들어진 만화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와 관련한 저작권 보호 취소 절차를 개시했다.

작가 크리스티나 카쉬타노파와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의 협업 창작물로 저작권을 인정받은 지 약 3개월 만의 일이다.

30일의 항소 기간 내에 작가가 항소하지 않을 시, 해당 작품의 저작권은 말소된다.

이미지를 생성하는 AI는 수 년 전부터 꾸준히 개발되어 왔지만, 이렇게 대중화, 상용화되어 화제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디퓨전 모델(Diffusion Model)'이 적용되면서 출시된 'DALL-E', 'NovelAI'등이 실제 사람이 그린 것과 유사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되고 나서이다.

스케치에 자동으로 채색을 하거나 대강의 선에서 물체의 형태를 추정해 그리는 수준에서 급격히 발달해 등록된 제시어만 입력하면 원하는 그림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 1등상 수상작.
(수상자 디스코드)


이로 인해 금년에 들어 고도화, 정교화된 AI 생성 이미지로 인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게임 디자이너 제이슨 앨런(Jason M.Allen)이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 출품하여 1등을 차지한 작품도 '새벽의 자리야'를 낳은 '미드저니'로 생성한 이미지였고, 이로 인해 캐나다계 아티스트 커뮤니티 '아트스테이션'의 이용자들은 AI 생성 이미지 업로드 금지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러한 논란의 근본은 '디퓨전 모델'의 도입 이후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숙련된 아티스트도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이상 공을 들여야 하는 퀄리티의 이미지가 클릭 한번과 몇 초의 연산으로 몇 번이고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특정 아티스트의 화풍을 학습시켜 흡사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는 부분에 있다.

10월 7일 외국 일러스트레이터 존 리(John Lee)가 같은 달 3일에 사망한 김정기 화백의 화풍을 학습시킨 AI를 유료배포했는데, 법적, 도의적인 논란과는 별개로 화백의 생전 작품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하다는 반응으로 이슈가 됐다.

이에 각국 정부는 논란의 중심이 되는 AI기술 및 그 부산물에 대한 스탠스를 규제 위주로 잡아 대응하고 있다.

EU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AI기술에 대해서는 어떠한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규제안을 지난 5월 발표했고, 미국은 '새벽의 자리야' 건과 동일하게 AI를 사용해 제작한 창작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서 산업 전반에 이용되는 것을 제한하고자 했다.

거기에 더해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2023년 1월 10일부터 AI를 사용해 제작한 콘텐츠의 제작, 유통을 전면 금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업계 권익보호에 언제까지 도움이 될 것인지, 그 이전에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 시점의 AI는 알고리즘의 한계로 인해 생성하는 이미지에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존재하는 관계로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와 구분할 수 있으나, 알고리즘이 개선되거나 생성된 이미지에 아티스트가 수정을 가해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지운다면 해당 창작물에 AI를 활용했는지 여부는 아티스트 본인의 언급 이외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모래사장에 그린 고양이 그림이 나뭇가지로 그렸는지 고양이처럼 생긴 틀을 찍어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그렇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현 시점의 규제는 단순히 아티스트의 양심에 맡기는 상태가 되어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AI 생성 이미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측의 경우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기존의 아티스트들이 창작 의욕을 잃는다는 점을 지적하나, 반대 진영은 결국 디지털 드로잉 툴이 상용화된 상황의 답습이라고 반박한다.

업계 불문하고 기술과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제작이 쉬워지는 건 당연한 현상인데 왜 예술분야만, 그것도 회화분야만 선택적으로 역행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디퓨전 모델'을 적용한 AI알고리즘의 일종인 'Stable Diffusion'의 개발자 Emad Mostaque는 인터뷰에서 그가 개발하는 알고리즘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엑셀과 같은 일종의 도구일 뿐이며, 회계사가 엑셀의 출시로 인해 실업자가 되지 않은 것처럼 아티스트들도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늘어났을 뿐이지 이것이 아티스트들의 실직을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티스트들이 해야 하는 것은 규제 도입을 성토하고 보이콧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구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자본주의의 채찍질로 지금의 형태와 성능을 가지게 된 AI가 그로 인해 자본주의 시스템의 질서를 흔든다는 것은 수많은 전문가들이 예언해 온 일이었다.

AI가 도입되면 생산은 종전에 비해 훨씬 적은 인력, 노동력을 필요로 할 것이고 AI가 도입되지 않는 분야는 AI를 도입했을 때 생기는 비용이 더 큰 분야밖에는 없을 것이다.

영화처럼 AI의 반란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걱정보다는, 인류에게 큰 편익을 가져올 수 있는 AI를 만들었음에도 자본주의 시스템의 존속을 위해 족쇄를 채우는 욕심이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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